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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눈으로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

2020.10.19
  • 초·중등 학교에서 기본 소양으로 AI·SW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세상을 보는 눈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12, 정부는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슬로건이 붙은 이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초·중등 교육에 AI(인공지능)를 필수 교과과정에 넣는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교대에서 AI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AI 교육을 강화해 전 국민의 활용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원격 수업이 이루어지면서 AI를 활용한 교육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수학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 AI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중등 학교에서의 AI 교육을 주제로 삼아, 조규찬 네이버 커넥트재단 이사장과 이영호 박사(서울영도초교 교사)가 좌담을 했다.

두 분은 AI 교육과 관련해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조규찬네이버에서 개발 업무를 7~8년 했다. 현재는 네이버의 계열사인 엔테크서비스 대표와 네이버 커넥트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커넥트재단은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하는 비영리기관이다. 2015년 에드위드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커넥트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기업 현장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다.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고 해도 개발자가 없어서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커넥트재단이 만들어진 것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실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는데, ·중등생 대상 소프트웨어 교육까지 범위를 넓혔다.

커넥트재단에서는소프트웨어야 놀자 시즌 2’라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AI와 데이터를 배우는 온라인 교육과정이다. 연말까지 석 달 동안 교사 3000, ·중등 학생 1만명이 온라인으로 AI와 데이터를 체험하게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 교육 모델 개발에 참여한 투레츠키 교수라고 있다. 그 교수가대학교와 대학원에는 AI 기술교육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중등 교육에서는 관련 콘텐츠가 태부족하다고 말했다. 재단에서는 전문가들과 협력해 AI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AI의 여러 분야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교육과정을 개발해 현장의 교사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영호서울 영도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0년 차 교사다. 현재 AI 교육과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개별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AI 
관련 대중서를 세 권 집필했는데.

이영호인공지능 기반 학습에 대한 박사논문을 썼다.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고, 인공지능을 빼고는 생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2018년에 찾아보니, 영국 IBM에 재직 중인 사람이머신러닝 포 키즈(Machine Learning for Kids)’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었더라. 당연히 영어로 되어 있었다. ‘번역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그에게 연락을 했고, 승낙을 받았다. 그 플랫폼으로 수업을 해보니 인공지능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가 향상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 학생들, 교사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세 권 썼다.


 


지금 학교에서 AI·SW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영호인공지능 교육은 소프트웨어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정규교과가 아니었다. 관심 있는 교사가 특별활동으로 가르치는 식이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소프트웨어 교육이실과교과로 들어왔다. 17시간인데이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냐면,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한 학기 동안 한다고 보면 된다. 시수가 많지는 않다. 실과 교과서에엔트리라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실려 있어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엔트리로 인공지능 활용과 소프트웨어를 배우고 있다.

중학교에서는정보과목이 선택과목이었다가 필수교과로 바뀌었다. 중등은 34시간이다. 초등의 두 배다. 모든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교육은 그렇지는 않다. 아직 정규교과는 아니고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0여 개 학교가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되었다. 그중 250개 학교가 AI 선도학교로 지정돼 학생들에게 AI를 가르치고 있다. 교사들이 연수를 통해 배우고 자체적으로 교재를 개발해 사용한다.

커넥트재단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엔트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에 회원 숫자가 200만명이 넘었는데.

조규찬초등 한 학년이 대략 40만명이다. 실과 수업에서 엔트리를 활용하니 초등학교 고학년은 엔트리를 다 쓴다고 보면 된다. 엔트리는 블록 코딩 프로그램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 재단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이 엔트리 사용법을 배우는 연수를 진행하기도 한다.

엔트리에 학생들의 창작물이 800만 개가량 올라와 있다. 학생들이 팀을 짜서 엔트리를 활용해 게임을 만든다. 누구는 이미지를 만들고, 누구는 오디오를 담당하고, 누구는 기획을 하고. 마치 회사에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처럼 엔트리를 이용한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엔트리를 통해서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게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영호실과 수업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다. 물론 체육을 넘어설 수는 없지만(웃음). 체육 다음으로 좋아하는 수업 같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수업이니까 좋아한다. 게임 등 자기 것을 만들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높다.

학생들에게이거 이거를 해보자는 식으로 끌고 가듯이 수업을 하면 흥미가 떨어진다. 아이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면, 자기 마음대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규찬학생들이 엔트리를 활용하고 배우는 모습이 소프트웨어 회사와 비슷하다. 엔지니어들이코드 리뷰를 많이 한다. 한 개발자가 코드를 짜면 그 코드를 선배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 코드 리뷰를 통해 배우는 게 많다. 학생들이 엔트리에 800만 개 작품을 공유하는 게 비슷하다. 다른 학생들의 코드를 보고 플레이하면서 서로 배우는 것이다. 전통적 방식의 교육과는 결이 다르다.

점차 학교에서 AI·SW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AI·SW 교육이 왜 필요한가?

조규찬이제는 모든 분야에 AI 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그러면 AI를 잘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 거라고 말한다. 기본 소양으로서 AI·SW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등에서 AI 교육을 한다고 해서 그 목적이 AI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게 아니다. AI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초등학교부터 AI·SW 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건 결국 기본 소양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영호많은 사람들이 AI·SW 교육을 한다고 하면우리 아이들, 프로그래머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양교육으로서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가진 윤리적 문제를 인지하고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교육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 교육이라고 하면 프로그래밍 교육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외국의 교육과정도 보면, 인공지능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뚝딱뚝딱 만들어보면서 배우면 이런 사회적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AI·SW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면아이를 코딩 학원에 보내야 하나생각하는 학부모도 있을 것 같다(웃음).

이영호공교육에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실무적으로 많이 쓰는 파이선이나 C 언어 등을 학교에서 가르치긴 힘들다. 우리 애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춰서 프로그래머가 되길 원한다면, 코딩 학원에 보낼 수도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AI·SW 교육을 강화하는 목적이 프로그래머를 키우자는 게 아니다. 학생들의 사고 역량을 길러주자는 것이다. 목적이 뭔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조규찬나는 대학에 들어가서 소프트웨어를 배웠다(웃음). 관심도 적은데 사교육으로 코딩 학원을 보내면, 수포자(수학 포기자) 나오듯 코딩 포기자가 나오지 않을까?

교육 격차, 교육 불평등 문제를 우려할 수도 있다. 오히려 AI가 그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엔트리를 예로 들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이 공유되어 있다. 배울 수 있는 동영상이 많고, 다른 사람이 만든 코드를 볼 수도 있다. 학습할 기회가 많다. 소프트웨어야 놀자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학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 사례는 어떤 게 있나?

이영호: ‘똑똑 수학탐험대라고 교육부에서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다. 나도 개발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1, 2학년생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수학 부진을 해결하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학생이 테스트를 한다. 그 학생의 기초 수준을 알아보고,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부족한 역량을 키워주는 맞춤형 수학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 달 전쯤에 초등 1, 2학년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라는 공문이 전국 학교에 뿌려졌다(웃음).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파악해서 개별 처방을 해주는 게 쉽지 않다. 블룸이라는 교육학자가 한 실험이 있다. 일대다로 교육할 때와 일대일로 교육할 때를 비교했다. 일대일로 교육할 때의 성과가 훨씬 높게 나왔다. 일대일 교육에 엄청난 교육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되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별화 교육 시스템이 있다면, 교사들이 학생에게 훨씬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학교가 많이 바뀌고 있다. 교실마다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고 인프라가 상당히 개선되었다. 여기에 다양한 인공지능 교육 서비스가 결합되면 이전과는 다른 교육환경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학교에서 AI·SW 교육을 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보나?

이영호학교마다 실습 환경은 좋아지고 있다. 서울과 지역을 비교해보면, 지역 학교에 더 많은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좋은 교과서, 좋은 콘텐츠만으로 교육이 잘될 수는 없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한다. 교사가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식으로 가르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또 인공지능 교육이 테마나 이슈로서 확 떴다가 지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실생활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 교육이 됐으면 한다. 기술적으로만 접근해 실과에서 가르쳐야 된다는 선에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AI 시대에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다른 과목도 강수량이나 인구수의 변화 등 데이터를 이용해서 알려줄 수 있다. 수학도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융합해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다양한 교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인공지능의 눈으로 실생활을 볼 수 있게 하는 그런 교육이 됐으면 한다.

조규찬기술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게 바뀐다. 하나하나의 기술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기본 개념을 알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인공지능 교육이 중요하다. 실제 기업에서 개발자를 채용할 때, 지원자가 어떤 프로그램 언어를 쓰는가보다는 컴퓨터공학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좋아하고 즐기는지를 주로 본다. 인공지능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중요하다. 그런경험을 통해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